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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이승헌

일지희망편지 발행인 이승헌 총장의 일지스토리 3편. 기운에 취하다

매주 월, 수, 금은 이승헌 총장이 발행하는 일지희망편지를 만나시고,
화, 금에는 일지스토리를 만나세요.
일지스토리는 이승헌 총장의 이야기, 칼럼, 책 이야기를 담아 전해드리겠습니다.

일지희망편지 발행인 이승헌 이승헌 글로벌사이버대학교 총장

이승헌 글로벌사이버대학교 총장
이승헌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총장
이승헌 국제뇌교육협회 회장
이승헌 한국뇌과학연구원 원장
이승헌 국학원 설립자
1달러의 깨달음 지구시민운동 제안자 이승헌





이승헌의 일지스토리 3편. 기운에 취하다

결혼을 하고 남부럽지 않은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인생의 의미를 찾아 방황하던 20대 후반, 어느 날 공부할 책을 구하기 위해 청계천에 있는 한 고서점에 갔다. 기와 역학, 한의학 관련 책자를 찾으러 자주 들르던 곳이었다. 서가를 훑어보는데 불에 타서 표지가 반쯤 떨어져 나가고 없는 책이 눈에 띄길래 무심코 집어들었다. 태극권에 관한 책이었다. 책 중간을 펼치자마자 “선(仙)을 통해서 기를 터득하면 천하무적이 된다.”라는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바로 그 순간, 나는 깜짝 놀랐다. 마치 감전된 것처럼 너무나 강력한 에너지가 순간적으로 몸을 타고 흘렀다. 온몸에 전율이 일어났다. 이상한 일이었다. 그동안 나는 기와 무술에 관한 책을 숱하게 읽어왔다. 그런데 이런 평범하고 새로울 것 없는 구절에 내 몸이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인가. 그러나 그런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이번에는 온몸의 전율이 잦아들면서 안온하고 편안한 무언가가 몸 전체를 안개처럼 감싸는 것을 느꼈다.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고 나도 모르게 경건해졌다. 그러면서 속으로 다시 한번 놀라게 되었다. 아! 이 느낌은... 언젠가 한번 경험한 적이 있는 것이다. 초등학교 2학년 때 눈 쌓인 산길을 달리면서 경험한 바로 그 느낌이었다.

나는 가만히 책을 덮어 제자리에 놓아둔 채 책방을 나와 집으로 향했다. 나는 조심조심 걸었다. 그 느낌을 잃어 버리고 싶지 않았다. 조금만 흐트러져도 그 느낌이 날아가 버릴까봐 걸을 때도 버스를 탈 때도 조심조심 움직였다. 집에 도착해서도 아내가 물어보는 말에는 건성으로 대꾸하고, 조용히 자리에 누웠다. 이 느낌을 간직한 채 내일도 그대로 일어나고 싶었다. 새벽 4시에 일어나야겠다. 그리고 수련을 해야지.

다음 날 새벽에 눈이 딱 떠져서 시계를 보니 1분도 어긋나지 않은 4시였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니 일어났다기보다 몸이 저절로 일으켜 세워졌다. 그리고는 산으로 갔다. 역시 내가 가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몸이 가고 있었다. 의지를 갖는 순간, 몸이 의지를 앞서 간다 싶을 정도로 금방 움직여지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어떤 힘이 나를 끌고 가는 것 같았다.

그날부터 내 생활은 180도로 달라졌다. 기운 속에서, 기운을 타고 노는, 기운에 취한 생활이었다. 책을 좀 봐야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손이 책 있는 곳으로 쭉 뻗어진다. 밥을 먹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내 손이 수저를 드는 것이 아니었다. 기운이 내 손을 들어올린다.

기를 전혀 느껴보지 않은 사람들은 이렇게 기운을 타고 움직인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궁금할 것이다. 무중력 상태에서 유영하는 우주비행사들의 모습을 본 적이 있는가? 마치 나의 그런 모습을 또 다른 내가 보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렇다고 몽환적인 상태는 아니었다. 의식은 아주 명료했다. 그리고 그런 움직임이 아주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몸의 어느 곳에도 힘이 들어가지 않았고, 가끔은 모든 동작이 슬로 비디오를 보듯 아주 느리게 인식되곤 했다.

다음 날도 마찬가지였다. 새벽 4시만 되면 저절로 눈이 떠졌다. 마음에는 잡념이 전혀 없고 사람을 대하면 아주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말이 흘러나왔다. 내가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말이 흘러나왔다. 나도 모르게 콧노래가 흥얼거려졌다. 맙소사! 내가 콧노래를 부르다니... 세상의 모든 고뇌를 홀로 짊어진 듯 하루하루가 고통이었던 내게, 그것은 기적이나 다름없었다. 무엇을 하고 있어도 내 온 신경은 몸에 집중되어 있었다. 앉기만 하면 나도 모르게 허리가 곧추 세워지고 참선하는 자세가 나왔다.

그때 내가 들인 정성을 말로 표현하기란 정말 어렵다. 나는 정말로 경건했다. 걸음도 조용조용 걸었다. 처음으로 맛보는 이 커다란 평화를 놓치게 될까봐 두려웠다. 잠깐이라도 딴 생각을 하면 그 느낌이 사라질 것만 같았다. 내가 얼마나 정신일도 상태였는지 나중에는 자는 동안에도 옆에서 이야기하는 다른 사람의 말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의학적으로 보면 불면증이라고 해야겠지만 나는 분명 깊이 잠들어 있는 상태였다.

나는 직감적으로 내게 중대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분명히 달라져 가고 있었다. 말도 없이 내 몸을 움직이는 이것의 정체가 무엇인가? 그것은 그 동안 책에서만 보았던 ‘내기(內氣)’였다. 합기도와 태권도를 시작한 이후 무술, 한방, 기 관련 서적에서 내기라는 말을 수도 없이 만났다. 그러나 그때까지 나는 내기가 어떤 것인지 구체적으로 체험해 보지는 못한 상태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그 내기를 경험하게 된 것이다. 이 특별한 느낌이 어릴 때부터 고민해오던 문제에 해답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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