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발행인 이승헌

일지희망편지 발행인 이승헌 총장의 일지스토리 4편. 백일수련, 그러나

매주 월, 수, 금은 이승헌 총장이 발행하는 일지희망편지를 만나시고,
화, 목요일에는 일지스토리를 만나세요.
일지스토리는 이승헌 총장의 이야기, 칼럼, 책 이야기를 담아 전해드리겠습니다.

이승헌 글로벌사이버대학교 총장일지희망편지 발행인 이승헌

이승헌 글로벌사이버대학교 총장
이승헌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총장
이승헌 국제뇌교육협회 회장
이승헌 한국뇌과학연구원 원장
이승헌 국학원 설립자
1달러의 깨달음 지구시민운동 제안자 이승헌


이승헌의 일지스토리 3편. 기운에 취하다


우연히 내기를 터득하고 기운 속에서 생활하게 된 첫날부터 나는 백일 정진을 결심했다. 백일 수련은 그냥 절로 되었다. 매일같이 새벽 4시가 되면 눈이 저절로 떠져서 나도 모르게 뒷산에 가서 앉아 있게 되었으니까. 새벽이면 누운 자리에서 몸이 저절로 솟아나듯이 일으켜 세워졌다. 컴컴한 가운데 30분 가량 산을 오르다 보면 저절로 발걸음이 멈춰지는 데가 있다. 그러면 그곳이 내가 앉아서 공부할 자리다. 자리를 잡고 앉아 호흡을 고르면 온몸에 기운이 돌면서 눈 앞에 붉은 빛기둥이 내려오다가 황금빛 광채가 나는 사람이 보였다. 그 황금빛 광채는 내가 눈을 뜨고 일어나면 사라져버렸다. 나중에서야 알았지만 그것은 내 몸에서 나오는 인광(人光)이었다.

이승헌 젊은시절 태권도

젊은 청년 이승헌


 
이상하게도 아무리 오랫동안 앉아 있어도 힘들지 않았다. 숨을 쉬고 있는지 없는지조차 잘 모를 정도로 호흡은 깊어졌다. 앉기만 하면 온몸의 몸무게가 사라져버리고 저절로 호흡이 되었다. 손이 저절로 둥실 떠올라 한번도 배운 적이 없는 무예 같기도 하고 춤 같기도 한 동작이 계속 되었다. 내 맥박 뛰는 소리가 북소리처럼 크게 들리고, 몸 안에서 혈액이 흐르는 소리가 폭우가 쏟아진 뒤 콸콸 흐르는 계곡물 소리처럼 들리기도 했다. 내 임상병리실에 찾아온 방문객의 얼굴을 보자마자 나도 모르게 혈압이나 혈당량 등의 수치가 떠오르는 일도 있었다. 나중에 검사를 해보면 신기하게도 정확하게 일치하곤 했다. 그런 일들이 처음에는 나로서도 신기하고 대견스럽게 여겨졌지만 곧 시들해지고 말았다. 여전히 그 모든 것은 다양한 기 현상의 체험일 뿐 그 현상의 배후에 있는 원리는 아직도 내게서 멀리 있었기 때문이다.
 
백일 수련 끝 무렵이었다. 그 전날 방송에서 다음날 출근길 체감온도가 영하 20도를 밑돌거라는 말을 들었다.  그런 강추위라면 수련을 쉬어야 하나 생각도 들었지만 그 동안 들여온 정성때문에라도 접을 수 없어서 평소와 다름없이 집을 나섰다. 
 
그러나 막상 산에 올라 바위 위에 앉으니 웬걸 내가 그날 추위를 너무 얕보았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눈이 꽁꽁 얼어붙은 바위 위에 앉아마자 온몸이 덜덜 떨리는 것이 도무지 정신 집중이 되지 않았다. 눈을 감으면 볼 수 있던 황금빛 인광도 나타나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자 몸이 물리적으로 얼고 있다는 느낌이 왔다. 눈도 아려 왔다. 눈밖으로 배어나온 눈물은 이미 언 것 같았다. 무릎을 짜르르하게 하는 냉기가 견디기 힘들어지자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이대로 몸이 언다면 큰 일인데...하지만 포기하기 싫었다. 일종의 오기 같은 것이 생겼다.
 
‘하늘이 때가 되어 데려가겠다면야 갈 수 밖에 없지. 내가 살고 싶다고 해서 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죽고 싶다고 해도 뜻대로 죽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모든 것을 하늘에 맡기고 도대체 얼어죽는 것이 어떤 것인지 구경이나 해 보자.’
 
추워서 잔뜩 치켜진 어깨를 아래로 느긋하게 낮추고 단전에 기를 모으며 호흡을 하려고 했다. 그러나 너무 추우니까 몸만 덜덜 떨릴 뿐 호흡이 되지 않았다. 서서히 몸이 마비되는 듯 했고, 정신마저 혼미해지는 것 같았다. 그제서야 내가 정말 잘못 판단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늦기 전에 멈추어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나는 황급히 몸을 일으켰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었다. 온몸이 마비가 되어 꼼짝할 수가 없었다.
 
후회가 밀려왔다. 막상 아무리 애를 써도 내 의지대로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엄습해 오는 것은 감당 못할 두려움이었다. 죽음에 대한 공포가 온몸을 덮쳐왔다. 어떻게 해서든 움직여보려고 갖은 애를 다 애썼지만, 내 몸은 돌이 된 듯 굳어버렸다. 이젠 그러고 싶지 않아도 정말로 생사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나도 모르게 간절한 기도가 우러나왔다. “하늘이시여... 이제 모두 버립니다. 하늘이 나를 받아 주십시오.”
 
놀라운 일이 벌어진 것은 바로 그때였다. 갑자기 호흡이 편안해지며 아랫배가 따뜻해지기 시작했다. 아랫배에서 무언가가 물컹 하고 꿈틀대기 시작하더니 단전이 뜨거워지면서 온몸에 열기가 폭발하듯이 돌기 시작했다. 극한 상황에서 몸 안의 원기(元氣)가 발동한 것일까? 나는 몸 안에서 일어나는 기이한 현상을 지켜보았다. 온몸에서 김이 무럭무럭 나고 땀이 쏟아졌다. 주위의 눈도 녹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러더니 온몸에 진동이 일어나며 몸이 들썩들썩 솟구치기 시작했다. 격렬한 떨림이었다. 가부좌를 튼 채 앉아 있는데 몸이 사시나무 떨리듯 하더니 갑자기 높이 떠올랐다가 바닥으로 뚝 떨어졌다. 순간 팔다리의 관절들이 쑥 빠졌다가 스물스물 다시 제자리를 찾아 스며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몸을 일으켜 세웠다. 몸의 열기가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몸이 불덩어리같이 뜨거워지고 속에서 터져나오는 엄청난 힘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너무 기운이 넘쳐서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나도 모르게 한 손으로 옆에 있는 작달막한 소나무 한 그루를 잡아챘다. 겨울 소나무 뿌리가 얼마나 단단한가. 그런데 꽁꽁 언 땅에 박혀 있는 나무가 뿌리채 쑥 딸려왔다.
 
백일 수련 끝에 이런 체험을 하고 나니 내가 비로소 내기(內氣)를 체득했다는 것을 실감했다. 그러나 내기를 완전히 터득했다는 그 충만감도 잠시, 나의 내면의 목소리는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내가 기를 체득했는가? 하지만 단지 기를 몸으로 안 것 뿐이다. 생명의 본질과 실상을 내가 꿰뚫었는가? 아니다..., 나는 여전히 아무것도 모른다.”
 
한계를 안다는 것은 괴로움만 키울 뿐이었다. 백일 수련이 끝났다. 하지만 나의 수련은 끝나지 않았다. 백일일, 백이일… 나의 수련은 강도를 더해 가는 궁극적인 의문과 함께 더욱 깊어져 갔다.

2011/08/23 - [발행인 이승헌] - 일지희망편지 발행인 이승헌 총장의 일지스토리 3편. 기운에 취하다
2011/08/19 - [발행인 이승헌] - 일지희망편지 발행인 이승헌 총장의 일지스토리 2편. 남들이 사는 것처럼
2011/08/13 - [발행인 이승헌] - 일지희망편지 발행인 이승헌 총장의 일지스토리 1편. "아버지의 한마디"
2011/08/10 - [발행인 이승헌] - [이승헌의 일지희망편지] 이승헌 총장이 발행하는 일지희망편지 127만 독자를 만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