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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뉴스

인간에게 허락된 신의 음식, 초콜릿

인간에게 허락된 신의 음식, 초콜릿 

 

 

당뇨병은 나의 부계 쪽의 유전인자이다. 덕분에 나의 미각은 어려서부터 싱겁게 먹고 잡곡밥 먹고 달지 않게 먹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그러나 이제는 입맛이 조금은 타협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고3 수험생 시절 나는 거식증에 시달려 머리는 빠져 앞머리용 핀으로 뒷머리 모두를 갈무리했고, 손가락으로 꾹 누른 정강이 살은 다시 탄력 있게 튀어오르지 않을 정도로 야위어 영양실조 판정을 받았더랬다. 그때 느낀 음식의 위대함 한 가지. 목구멍으로 음식이 넘어가는 느낌이 너무 혐오스럽던 당시 억지로 한 입 먹어본 초콜릿 한 조각…. 그때 저 밑 배꼽 아래 어딘가부터 퍼져오던 따스함과 손가락 끝 세포마다 미세하게 희열하던 그 느낌, 시들었던 나의 뇌가 환하게 피어나던 그 순간의 느낌은 정말 놀라움이었다. 정말 한 조각인데, 손가락 한 마디보다 작은. 그러나 나의 몸은 그 작은 초콜릿 한 조각에 감사하며, 열광하며 그(모든 종류의 음식)가 가진 모든 메커니즘을 받아들이도록 조작되어 있었던 것이다.

 

 

 

 

인간이 맛보는 첫 미각, 달콤함

 

시간이 어찌 흘러 삼겹살 기름도 휴지에 꽉 찍어 얍살시레(휴지가 더 지저분했겠다. 차라리 맛난 삼겹 지방을 먹을 것을… 쯧쯧) 먹던 대학생 시절을 지나, 홀로 서울생활 하며 회식자리 고기 맛에 홀려 한 번에 삼겹살 5인분을 뚝딱 하던 사회인 시절을 지나, 어느덧 결혼을 하고 아기를 낳고 나의 딸에게 첫 모유 수유를 하던 때다. 나는 나의 몸에서 나오는 젖이 대체 어떤 맛일지 호기심이 일었다. 그리고 살짝 맛본 모유의 첫 느낌은 ‘달! 콤! 함!’이었다. 물론 그 뒤에 젖 특유의 부드럽고 따뜻한, 그러나 살짝 비린 듯한 느낌들이 대동했지만.

 

처음 세상에 나온 인간에게 가장 효율적으로 양분을 공급하도록 우주에서 가장 최상의 처방으로 만들어졌을 모유의 맛이 달콤함이라니. 단맛에 대한 나의 굳건한 벽이 우르르 허물어지는 순간이었다. 당 성분을 경계하도록 훈련받은 나의 입맛은 일시적인 쇼크 후, 달콤한 음식을 조금씩 즐기게 됐다. 물론 젖당과 다른 당들은 격이 다르겠지만 말이다. 어찌 되었건 우리집 밑반찬들은 조금씩 달콤해졌다. 주부의 양심으로 물엿이나 요리당이 아닌 꿀을 사용하려 노력하고, 집안 내력인 당뇨를 걱정하시는 내 어머니에겐 “이 우주가 단맛을 허락했다”고 애교를 떨면서. 그때부터였다. 고 3 시절 나를 구해준 이후로도 입에 대지 않았던 초콜릿의 사치를 내가 가끔씩이나마 스스로에게 허락한 것도.

 

세계인들이 가장 갈망하는 음식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초콜릿을 먹으면서 당분으로 인한 비만을 걱정하지만 알려진 것처럼 초콜릿이 비만의 원인 음식은 아니다. ‘초콜릿=비만’이란 공식이 생긴 것은 초콜릿 고유 성분보다는 가공하는 과정에서 설탕 성분이 많이 첨가되었기 때문이다. 초콜릿의 성분 중에서 비만이 되는 요소는 당분이 아닌 지방인데 이마저도 전체 초콜릿 성분의 20%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초콜릿의 지방 성분인 카카오버터에는 콜레스테롤 상승작용이 없을 뿐만 아니라 잘 흡수되지 않기 때문에 칼로리 과잉으로 인한 비만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그러니 문제는 공장표 가공 초콜릿에 함유된 과다한 설탕 성분이 주범이지 초콜릿 자체는 큰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뇌에게 주는 활력제

 

마음이 울적해지는 요즘 같은 가을철에 효과적으로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초콜릿이다. 일조량 감소에 따라 기분을 좋게 하는 멜라토닌과 세로토닌의 분비가 줄어드는 이때 엔도르핀 분비를 늘리는 초콜릿의 단맛이 우울한 감정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연구에 의하면 초콜릿은 수명 연장에 도움을 줄 뿐 아니라, 심장병을 예방하는 효과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는 초콜릿에 들어 있는 항산화 물질인 플라보노이드가 혈전의 형성을 막아주기 때문이다. 또한 초콜릿은 암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는데 초콜릿 원료에 카테킨이라는 암 예방 성분이 많이 들어 있기 때문으로, 일반적인 차를 마시는 것보다 훨씬 더 효과적이라고 한다. 이에 초콜릿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차 한 잔과 초콜릿을 같이 마시면 맛도 좋을 뿐 아니라 건강에도 좋다고 권하고 있다. 이외에도 최근 밝혀진 초콜릿의 효과는 무궁무진하다. 충치를 예방하고 위장 질환을 방지하며 장수에도 도움을 준다. 혈전 억제 등의 효과로 노화와 성인병을 예방하는 효능도 지니고 있으니 수험생 천국인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칭송받아야 할 것도 같다. 다만 과유불급이란 격언은 새기면서.

 

 

초콜릿, 사랑의 오랜 묘약

영국의 초콜릿 제조업체인 캐드버리는 “사람의 기분을 돋우는 것으로 알려진 초콜릿 속의 화학물은 페닐에틸아민으로 초콜릿 외에도 토마토 등 다른 식품에 훨씬 더 많이 들어 있다”면서 초콜릿의 기분전환 효과는 화학적이라기보다는 입 안에서 녹을 때 느껴지는 즐거움과 안정효과 등 심리적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어쩌면 사람들은 이 안정효과를 얻기 위해 초콜릿에 매달리는 게 아닐까. 어머니의 젖을 빨며 느꼈던 그 달콤함과 풍요로움을 그리워하며 외부에서 조달하는 당분으로나마 만족을 느끼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또는 경쟁에 지친 메마른 뇌에 포동동 젖살을 올리려 초콜릿 퐁듀를 먹는지도….

 

그렇게 보면 몸 안에 생명을 잉태하고 낳아 자신의 체액으로 생명을 기르는 모성은 또 다른 인간의 ‘신성’일 것이다. 기원전 2000년경 고대 아스테크에서부터 ‘신의 음식’이라 불리며 신성시 되어온 초콜릿과 모유를 동일시한다면 조금 과도한가. 어쨌든 지금 나는 아기들에게 엄마표 브레인 간식으로 줄 달콤 쌉싸래한 다크 초콜릿을 녹이고 있다. ‘사랑의 묘약’으로도 이름 높은 초콜릿이니 내 남자를 위해서도 한번 만들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