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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이승헌

이승헌의 일지스토리 8편. 새벽의 충현탑 공원

일지희망편지 발행인 이승헌 총장의 일지스토리 8편. 새벽의 충현탑 공원
이승헌 총장이 21일간의 고행 끝에 얻는 깨달음. 어떻게 하면 나와 민족와 인류를 행복하고 평화롭게 만들까 였습니다.

새벽의 충현탑 공원

'가자. 길을 모르면 물어서 가고, 물어서 길이 없다면 길을 만들면서 가면 되겠지. 사람들이 내게 오지 않는다면, 내가 사람들이 있는 곳으면 가면 되겠지…'

그렇게 마음을 먹고 모악산을 내려왔지만 내 앞에 놓인 깨달음과 현실 사이의 괴리는 정말 컸다. 무엇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가? 하나 확실한 것은 내가 얻은 깨달음과 사명이 진짜인지 확인해보는 유일한 길은 그것을 전달해보는 방법 밖에 없다는 것이다. 내 깨달음을 전달해도 사람들이 아무런 감흥도 느끼지 못하고, 달라지는 것이 없다면 내 깨달음은 착각에 불과할 것이다. 그러나 내 깨달음이 전달되어, 내가 느낀 천지기운 천지마음을 그들도 느낄 수 있다면, 나의 깨달음은 나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큰 의미가 있지 않겠는가?

나는 다음날 새벽부터 공원에 가기로 했다. 공원에서 사람들을 만나 함께 수련하고 대화하는 데는 자격증이 필요없다. 공원은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공간이다. 그래 좋은 생각이다,  공원에 가서 사람들을 만나자, 그렇게 새로운 씨앗을 뿌려보는 것이다.

이제 바람도 선선해진 늦여름 새벽, 어둠이 조금씩 물러가고 있는 안양 충현탑 공원에 사람들이 손님처럼 하나둘 찾아들기 시작했다. 나는 높이 솟은 충현탑을 등지고 서서 멀리서 나타나는 사람들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어떻게 시작해야 하지?


 

이승헌 일지스토리 충현탑 단학

이승헌 총장이 처음 단학을 지도했던 경기도 안양의 충현탑 공원

 

그때 멀리서 쩔뚝거리는 걸음으로 다가오는 한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중풍을 맞은 노인이었다. 그는 공원의 한귀퉁이에 이르더니 불편한 몸짓으로 운동을 시작했다. 그가 하고 있는 동작이 그다지 도움이 되어 보이지 않았다. 아, 몸을 이렇게 움직여보면 좋을 텐데, 하는 생각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나는 그를 돕고 싶었다. 나도 모르게 나의 발이 그를 향해서 움직여 갔다.

"많이 불편하시지요?"
"예, 풍을 맞은 지 좀 돼서..."
"운동하시는 모습을 보고 있었는데, 이렇게 해 보시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어서요."
나는 우선 그의 등 뒤로 가서 어깨와 등을 잠시 주물러주었다. 그리고 몇 군데를 짚으면서 물었다.

"여기가 퍽 답답했을 것 같은데요?"
"예. 그랬습니다. 그런데 기분이 이상하네요."
"왜요, 어디가 불편하십니까?"
"아뇨. 그게 아니라, 갑자기 몸 전체가 굉장히 시원한 느낌이 들어서... 젊은 양반은 의사 선생이오?"
"아뇨. 그냥 운동을 하다 보니 건강법을 좀 알게 되었습니다."

나는 몇 가지 동작을 알려 주면서 따라 하게 했다. 그러나 워낙 불편한 몸이라 손을 털고 몸을 가볍게 흔들어 주는 정도의 동작만 겨우 할 수 있을 뿐 가능한 동작이 많지 않아 안타까웠다. 30분 이상 나는 그의 몸 이곳저곳을 주물러 주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는 동안 그의 얼굴에 서서히 행복한 표정이 떠오르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러나 사실 더 행복한 것은 나였다. 그가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다. 그를 도와줄 수 있는 힘이 나에게 있다. 그리고 그가 나의 도움을 반기고 있다. 그래, 이렇게 시작해 보는 거다. 한 사람에게 건강과 행복을 전하고, 또 한 사람에게 건강과 행복을 전하고… 이렇게 나의 깨달음을 전해보는 것이다. 한 사람, 두 사람, 내 눈 앞에는 그렇게 사람들이 불어나는 모습과 함께  커다란 그림이 하나 그려지고 있었다.

"내일도 오시면 제가 도와 드리겠습니다."
오래된 중풍이라 완치까지는 불가능할지 모르나, 계속 수련을 하면 생활하기에 크게 불편하지 않을 만큼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구, 이렇게 고마울 데가...! 그런데 저 혼자만 좋자고 그런 폐를 끼쳐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그는 내일 아침에도 꼭 나오겠다고 약속하며, 훨씬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공원을 내려갔다.

새벽의 공원에서 나는 가장 행복했다. 모악산에서 하늘에 약속했던 그 일을 작으나마 이렇게 시작했다는 기쁨이 가슴을 뻐근하게 채워왔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그 중풍환자 한 사람뿐이었다. 그러나 하루 이틀 지나면서 사람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우리가 하는 이상한 동작들이 무엇인지 궁금해서 기웃거리던 사람, 먼 발치에서 힐끗거리며 따라해 보던 사람, 여기저기서 소문을 듣고 온 사람까지.... 얼마 지나지 않아 매일 아침 열 명을 훌쩍 넘는 사람들이 새벽마다 나와 함께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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